<Dark Habits (나쁜 습관)> - 화면비 미스테리

조금 테크니컬한 얘기 되겠습니다.
영국에서 Almodovar Collection, Vol.1 박스셋이 도착한 후에야 DVDBeaver에 실린 리뷰를 보게 되었는데, 이 박스셋에 포함된 일부 타이틀의 화면비 왜곡에 대해서 질타를 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Dark Habits.

DVDBeaver에 실린 코멘트를 그대로 옮겨온다. 

Something has gone serious wrong here. The film has the OAR of 1.66:1, but is presented in 1.96:1, which is a 15% cropping of the image. Nothing can justify neither such cropping or to crop into an AR of approx. 2:1. Unacceptable. A shame, as the image is beautiful. It does lack some sharpness in detail, and there are signs of especially color banding, but overall, the image is superb.

(DVDBeaver의 박스셋 전체 리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간단히 정리하자면, 원래 화면비가 1.66:1인데, 위아래를 심하게 짤라내서 1.96:1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정보가 15%나 손실되었다는 얘기. 이 박스셋 전에 미국 웰스프링에서 출시한 코드 1 Dark Habits의 경우에는 화면비가 1.66:1로 출시되었다. 이 코드 1 타이틀의 캡춰 장면을 하나 보실까요.
DVDBeaver에 실린 코멘트대로라면, 위 1.66:1 화면비를 1.96:1로 만들려면 아래 그림의 위아래 검은 부분만큼 짤라내야 한다.
화면 하단을 보면 특히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이렇게 짤라내기를 하면 정보손실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이번에 출시된 타이틀이 이렇게 나왔다면, DVDBeaver의 얘기처럼 언억셉터블 하고 쉐임이다. 한 마디로, 쉿~!이다.

그러나, 그랬으면 내가 과연 이 글을 썼을까요. DVDBeaver의 리뷰어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놓친 부분이 있다. IMDb 자료에 따르면 Dark Habits의 화면비는 분명 1.66:1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 영국 박스셋에 포함된 Dark Habits의 화면비는 확인 결과 1.96:1이다. 그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위 그림이 보여주듯이 위아래가 짤려서 나와야 하잖아? 그리고 DVDBeaver는 이 상식에 따라서 질타를 퍼부은 듯 한데, 아쉽게도 코드 1과 이번 영국 출시본을 제대로 비교는 하지 않고 글을 쓴 듯 하다.

자, 영국 박스셋에 있는 Dark Habits의 같은 장면 캡춰 화면.
그렇지요,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어떻게 된 것이 분명 1.96:1의 화면비인데, 위아래가 짤린 게 아니라, 좌우로 화면이 늘어났어요. 즉, 수직 화면정보는 그대로고, 좌우 화면정보가 늘어나서 1.96:1로 되었다는 얘기. 즉, 화면정보율이 15%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뜻. 비교를 위해서 코드 1 1.66:1 화면비와 영국 출시본 1.96:1 화면비 캡춰 화면을 동시에 올려 보겠음.
화면 위아래를 서로 비교해 보면, 짤라낸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화면 좌측의 벽에 걸린 동그란 장식물을 함 보세요. 아래 화면의 정보량이다 더 많다. 이번에는 화면 우측. 위 화면은 흰 장롱만 보여주는데, 아래 화면은 그 장롱 옆에 있는 붉은 색의 그 무언가까지 같이 보여주지요. 결론적으로, 화면비 왜곡에도 불구하고, 영국 출시본이 오리지날 화면비보다 훨씬 더 많은 화면정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부터 마구잡이 추측.
1) 알모도바르가 이 영화를 만들 때 1.66:1보다 훨씬 더 와이드로 촬영을 했다. 그리고 편집과정에서 좌우를 짤라내어 1.66:1로 화면비를 만들어서 상영했다. 코드 1 출시본은 이 극장상영본의 화면비에 충실, 1.66:1로 나왔다.
2) 그런데, 영국에서는, 출시사인 옵티마가 1.66:1 화면비의 필름을 놓고 위아래를 짤라서 출시한 것이 아니라, 리마스터링하는 과정에서 1.66:1 이상의 와이드 필름 소스를 입수, 좌우 화면정보를 늘려 (즉, 1.66:1보다 좌우를 덜 짤라서) 1.96:1로 출시했다.
3) 극장개봉이 1.66:1로 되었다면, 이 화면비가 감독이 의도한 오리지날 화면비일 가능성이 높다. 출시사인 옵티마도 이 사실을 모를리 없건만, 리마스터링에서 사용한 소스를 그냥 눈 딱 감고 좌우를 더 짤라내서 1.66:1로 만들었으면 간단했을 것을, 왜 1.96:1로 출시했을까. 옵티마에 직접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미스테리.

사족: 화면비 왜곡을 잠시 접어두면, 화질은 영국판이 훨 낫다. 그리고 뭐, DVDBeaver의 얘기와 달리, 정보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났으니, 이번 박스셋 들여놓은 것에 큰 불만은 없다. 결론은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ㅎㅎㅎ.

by 8½이다 | 2005/11/29 18:21 | 영화를 봤는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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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culus at 2005/11/29 18:41
소스 필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겠군요. 요런 식으로 좌우를 더 보여주는 경우는 별로 흔치 않은 것 같은데, 출시버전에 따라서 색감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점도 특이하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11/29 19:24
응, 참 특이한 경우 같아. 내가 첨에 DVDBeaver 리뷰를 보고서는, 스팀이 좀 올라왔었는데 - 박스셋 괜히 들였다 그런 생각에 - 타이틀을 직접 돌려보니까 위아래 짤라낸 느낌이 들지 않어서, 코드 1 타이틀 꺼내놓고 비교해 보니까 이런 미스테리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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