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신문지를 참 다양하게 활용하는 민족도 없을 듯 하다.

우선, 화장지가 없거나 귀했던 시절 - 특히 재래식 화장실에서 - 신문지를 손바닥 두 개만한 크기의 사각형으로 잘라서 화장지 대용으로 사용. 요즘도 화장지 없어서 급할 때면 뭐. 아, 물론, 코 풀 때도 한 역할 한다. 지금이야 신문들이 콩기름으로 인쇄하기 땜에 묻어나지 않지만, 옛날에는 신문지로 코 풀고나면 코 주위에 시커먼 잉크 자국이...^^

포장지 대용. 시장에서 물건 살 때, 아니면 붕어빵 같은 거 살 때, 신문지는 훌륭한 포장지로 변신. 물론 포스터 같은 거 쌀 때 그리고 돈다발도 신문지로 싸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깔판 대용. 신문지를 바닥에 깔기만 하면 그대로 깔판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걸 너무 자주 이용한다는 점. 특히, 공항 같은 곳에서 바닥에 신문지 깔고 그 위에 앉아서 잡담을 나누는 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술을 마시거나, 고스톱 치는 풍경은... 글쎄요.... (19禁: 무지 오래된 조크 하나. 해변에서 남자랑 여자랑 응응응을 했더란다. 그런데, 바닥이 전부 모래라서 등에 베기니까, 동아일보를 깔고 응응응을 했다지 아마. 그로부터 10개월 뒤, 아이가 태어났는데, 한 손에는 짱돌을 들고 이마에는 "동아일보"라고 찍힌 채 태어났단다. 이 조크가 이해 안되면, 자신의 유머 감각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함.)

덮개 대용. 잠 잘 때 얼굴에 씌우면 그대로 수면용 덮개로 변신. 신문지의 또 다른 덮개로의 변신은? 바로 자동차용 덮개. 여기서 생활의 지혜 한 가지: 겨울철, 눈이 무지하게 많이 올 듯 싶은데 야외에 주차할 일이 생기면, 미리 신문지를 앞뒤 창문에 덮어두면 좋다. 아무리 눈이 많이 왔어도 다음 날 신문지만 걷어내면 끝~

햇빛 가리개 대용. 해가 쨍쨍 내리쫼 때, 신문지로 햇빛을 가리거나, 아니면 아예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어서 쓰면 훌륭한 햇빛 가리개로 변신. 햇볕 뜨꺼울 때 야외에 차를 주차할 때도 신문지로 창문을 덮어두면 좋다.

행주 대용. 놀러 갔을 때 적당한 행주가 없으면 물로 헹군 후 신문지로 그릇들을 쓱삭쓱삭. 이게 위생적인지 아닌지는 내게 묻지 마세요.

우산 대용. 길거리 걸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그럼 뭐, 신문으로 머리 가리고 냅다 달려가는 거지.

내복 대용. 옛날 못살았던 시절, 거지가 무지하게 많았을 때. 여름이야 옷 벗고 지내면 그냥 그냥 넘어가겠는데, 혹독하게 추운 겨울은 어떡해. 신문지를 겹겹으로 옷 안에 집어 넣은 후 추위를 이겨냈단다. 여기서 생활의 지혜 또 한 가지: 추울 때는 두꺼운 옷 한 벌보다, 얇은 옷을 두 세 개 껴입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신문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 셈이지.

이삿짐 쌀 때. 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건 신문지로 랩핑해서 포장하는 걸 많이들 보셨을 듯. 신문지의 또 다른 용도.

담배 대용. 이게 무슨 얘기냐? 꼴초가 있었다. 한밤중에 담배가 떨어졌는데, 담배 사러 나가기는 죽어도 싫더란다. 그래서? 신문지를 담배처럼 돌돌 만 다음 거기에 불을 붙여 담배인양 연기를 마셨단다. 그리고 목구멍 아파서 죽을 뻔 했더란다.

장난감 망원경 대용. 어린애들이 놀 때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그걸 망원경이다~ 그러면서 노는 걸 - 특히 무슨 해적 놀이 같은 거 할 때 - 심심찮게 본 기억이 있다.

변기 대용. 애들 데리고 야외에 갔는데 갑자기 응가를 하고 싶단다. 그런데 주변에 화장실은 보이지 않는다. 자, 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신문지를 바닥에 깐다. 애한테 응가를 그 위에 하게 한다. 응가가 끝나면 신문지를 그대로 들어서 쓰레기통으로 쏙~ 이 때 응가와 함께 오줌이 많을 경우 들고 운반하다 신문지가 찢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신문지는 좀 두껍게 까는 게 좋다. 아낄 생각하지말고.

장난감 칼 대용.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그걸로 칼싸움 하는 애들도 있다.

습기 제거제 대용. 역시 또 다른 생활의 지혜: 운동화를 오래 방치해 둘 경우 그 안에 신문지를 넣어두면 습기가 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습기가 많은 곳에 신문지를 넣어두면 신문지가 습기를 빨아먹는다. 아, 왜 이렇게 아는 게 많은 것이야.

by 8½이다 | 2005/11/01 21:32 | 주제는 없는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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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culus at 2005/11/01 22:09
우와...드라마 같은 것의 면접장면 보면 이런 질문 많이 나오던데, 무려 14가지나 용도를 말씀하셨어요. 두말할 나위없이 당장 합격이시라는...저같으면 두세가지 말하고 버벅거렸을 것 같아요(웃음). / 이전에 어느 학교 강당 무대에서 자야될 상황이 있었는데, 밑에 스트로폼 한 장 깔고 신문지 몇 장 덮으니까 무지 따뜻하더라구요. 신문지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더랬지요.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11/02 12:49
어제 밤에 보니까, 정말, 퇴근 시간 무지하게 늦더라. 맨날 그래서 어떡하냐... 나는 뉴욕과 텔레컨퍼런스가 한 시간 예정이었는데 무려 두 시간 가깝게 진행되는 바람에 거의 죽음이었다는.
Commented by Fidelity at 2005/11/02 13:43
언젠가 여름에 장기간 고속버스 타고 가는데 냉방이 너무 세서 얼어죽을 뻔 한적 있었죠. 그때 옆에 친구가 응급조치로 신문지를 덮어 줬는데 정말 따뜻했어요. 그리고 유리 테이블 닦을때도 걸레 보다는 신문지를 이용하면 먼지없이 깨끗하게 잘 닦이죠. 우리집 강쥐 화장실 대용으로도 잘 이용되고 있구요.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거 보면 만이천원 한달 구독료는 어쩌면 저렴한걸런지도.

저녁시간에 포스팅은 디게 오랜만이신거 같아요. (아닐지도)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11/02 14:07
맞아요, 다른 물가에 비하면 신문 한달 구독료 12,000원은 정말 싼 것 같아요. 네.. 어제 저녁 때, 아니, 밤에 회의준비하다가 갑자기 짜증이 나서 블로그에 놀러왔드랬습니다...^^
Commented by 세운상가 키드 at 2005/11/04 22:17
도미니카 근무시 산또 도밍고에 있는 제일 큰 호텔 하라과의 카지노 갔다가 개털돼서 공원에서 신문지 깔고 덮고 잤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11/05 11:53
ㅎㅎㅎ 그 모습이 상상되니 웃음이 아니 나올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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