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치카 (Ninotchka)> vs. <실크 스타킹 (Silk Stockings)>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1939년작 <<니노치카 (Ninotchka)>와 항상 붙어다니는 말이 있다: "가르보 웃다! (Garbo laughs!)"

그레타 가르보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 이것만 결정된 후 어떤 시나리오로,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이 한 마디는 그대로 시나리오의 골격을 이루었고, 그렇게 영화 <니노치카>는 만들어졌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레타 가르보, 그녀가 웃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이슈거리가 될 수 있었으니 그레타 가브보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일.

"가르보 웃다!"라는 이 한 마디로 시작된 영화였지만, 루비치 감독은 20세기초 세계를 둘로 나누었던 거대한 축,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틈바구니를 재치있게 파고들면서 <니노치카>를 완성도 높은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로 만들었다.

러시아 왕정 시대의 보석을 팔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파견된 세 명의 러시아 요원들. 그러나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자본주의의 유혹에 빠져들기 시작했으니, 일이 제대로 진행될리 만무. 여기서, 세 명의 요원들 중 한 명이며, 그동안 무시무시한 역할만 단골로 맡았던 벨라 루고시의 코믹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솔솔찮다.

모스코바에서는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간부 요원을 급파하는데, 그녀가 바로 니노치카. 공산주의 원리원칙의 절대적인 신봉자이며, 찬바람이 부는 외모에서부터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니노치카 역의 그레타 가르보. 이 영화가 왜 로맨틱 코메디이겠어... 그랬던 그녀가 로맨스라는 놈 때문에 차츰 차츰 변해가니까, 그러다가 마침내 웃기까지 하니까 그렇지.

영화 <니노치카>는 개봉과 동시에 큰 힛트를 친다. 그리고 나중에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연타석 홈런을 치는데, 뮤지컬 영화의 대명사 MGM에서 가만히 있었을까. 당연히 다시 영화로 만들었지요. 그렇게, 프레드 아스테어와 시드 채리스를 내세워서 만든 영화가 바로 1957년작 <실크 스타킹 (Silk Stockings)>. <니노치카>에서 그레타 가르보가 맡았던 역을 이번에는 시드 채리스가 맡았는데, 두 사람 모두 체구나 외모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 또한 비슷. 특히, <실크 스타킹>에서 시드 채리스가 아스테어와 함께 보여준 춤은 역대 뮤지컬 영화 중 가장 힘이 넘치는, 말 그대로 "the most powerful dance"로 기록되고 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이미 상당한 나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춤의 달인 아스테어가 영화 촬영내내 시드 채리스의 파워에 감탄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얘기했을 정도.

(일단은 이렇게 가닥을 잡아놓고나서, 게으름을 극복하게 되면, 두 영화 모두 스크린 캡춰를 한 후 내용이 대폭 수정되겠습니다. 언제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아, 이 성의 없음.)

by 8½이다 | 2005/10/24 16:32 | 영화를 봤는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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