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고치기

이 이야기는 상당히 더티 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으므로, 비위가 약하신 분은 읽지 마세요. 그리고 글을 읽는 동안, 관련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읽지 마세요.

대학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등학교 동창놈들과 신촌에서 대낮부터 술판을 벌였다. 두 놈은 소주를 마시고, 나와 다른 두 놈은 짜장면 그릇에 막걸리를 가득 부어서 원 샷! 원 샷!
막걸리를 계속 그렇게 마셔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 배가 빵빵해지고 더불어 방광도 팽창됨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릴 수밖에. 술이 눈썹 부근까지 쫘악 올라온 상황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다들 취했던지 한 놈이 얘기한다.

"야, 야... 이젠 마지막으로 원 샷 하고 일어나자."

그러지 뭐. 눈 앞에 막걸리가 가즉 채워진 짜장면 그릇. 벌컥벌컥, 크................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지금부터는 친구놈들 증언.

"이 인간 이거, 완전히 뻗어버렸네..."
"그러게 내가 타지 말자고 그랬잖아." <-- 이게 뭔 얘기냐.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막걸리가 반쯤 남은 짜장면 그릇에 소주를 부었단다. 그것도 모르고 그걸 원 샷 했으니 내가 골로 갈 수밖에. 나쁜 씨키들.

친구들이 나를 들쳐 업다시피 하고서, 그나마 가까운 내자동 친구놈 집으로 갔단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아침 친구놈 방에서 깨어났는데, 이상하게 얼굴이 끈적끈적거린다. 밤 새 뭔 일이 있었나... 원 샷 하고 죽은 기억밖에 없는데.

"야, 야... 일어나봐." 옆에서 같이 자고 있던 친구놈을 발로 차서 깨웠다.
"응? 어, 일어났냐?"
"아이고 머리 빠개지겠네... 야, 근데,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끈적거리냐? 나 자는 동안 뭐 장난친 거 아냐?"
"끈적거려? 푸하하하... 아이고 죽갔네..."

사건의 전말. 역시 친구놈 증언에 따른 플래쉬백.

나를 방에 눕혀 놓고, 친구놈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퉤~ 퉤~ 하는 소리가 들리더란다. 모두들 소리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아, 글쎄, 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로 누워서는 허공으로 침을 퉤! 퉤~ 뱉더란다.

"읔, 무슨 이런 더러운 시키가 다 있냐?"
"야, 야, 그래도 그냥 놔두자."

왜 그냥 놔둬? 친구놈들이 보니까, 내가 허공으로 뱉은 침이 그대로 수직하강, 내 얼굴 위로 떨어지더란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내 얼굴이 끈적끈적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음이야. 이런 걸 두고 내 얼굴에 침 뱉기라고 하는가.

아, 더러버라... 친구놈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고난 다음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사실, 생각해 보니까, 평소에도 술만 마시면 침을 자주 뱉는 버릇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무의식 중에도 그 버릇이 나올 줄이야.

역시 사람은 쪽팔림을 당해야 고쳐지는 동물인가. 그 이후로, 정말 거짓말처럼, 술을 아무리 마셔도 침을 뱉지 않는다. 개과천선했다, 이 얘기지. 아,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더티.........

by 8½이다 | 2005/10/12 13:49 | 술을 마셨는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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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d at 2005/10/20 13:27
대학교 때 발굴 떙치고 회식하는데 4학년 형이 떡이 되어 쓰러졌음.. 방 한쪽에 뉘어놓으니까 똑같은 시츄에이션에서 침을 뱉는 게 아니라 오바이트를 하더군요. 분수처럼 오바이트를.... 쿨럭.... 그래서 우리가 한 일은? 잘못하면 음식물이 다시 하강하면서 기도를 막아 사망할 수 있으니까, 뒤집어 놓자 하여 뒤집어 놓았음. 그걸로 끝. ㅋ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10/20 16:40
읔... 나보다 한 수위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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