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져 버린 것들

엠디엘에 예전에 긁적거려놓았던 걸 퍼왔음. 통합 차원에서. <-- 말은 좋아요.

1.

무슨 규제조항 같은 게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 가수가 방송에서 외국노래(주로 팝송)를 처음부터 끝까지 원어로 부르지 못한 적이 있다.
가사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우리말로 번역 또는 번안해서 불러야만 했다.
1절은 영어로, 2절은 우리말로, 이런 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한때는 음반 낼 때 반드시 건전가요 한 곡씩을 포함시켜야만 했다.
이 건전가요는 대부분 마지막 트랙에 담겨져 있었는데, 아마 이 건전가요를 싣지 않으면 심의가 나오질 않았었나 보다.

2.

나중에는 안내양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지만 버스 차장들.
엉덩이를 이용해서 승객을 안으로 마구 밀어넣은 후
'오라~이'를 외치면 기사 아저씨는 차를 순간적으로 곡선운행,
승객들이 전부 안으로 쏠리게 만들고
차장은 그 틈을 이용하여 문을 닫고나서 탕~탕~ 친다. 그럼, 본격적으로 출발.

버스 차장은 대개 중고등학생 또래의 나이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일화도 많았다.
1978년 내가 고등학생일 때.
당시 현금으로 낼 경우 고등학생 버스요금이 35원인가 그랬다.
그런데 5원짜리까지 맞춰서 35원을 낼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때는 40원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 놈 중에 한 놈이 하루는 40원을 냈다.
버스 차장이 돈주머니를 뒤져 5원을 거슬려주려고 하자
친구 놈 왈: "됐어. 안줘도 돼. 팁이야...."
버스 차장, 친구 놈을 한번 째려보더니 악착같이 5원을 찾아서 거슬려 주면서,
"나도 됐어. 자, 내가 주는 장학금이야. 공부나 잘 해."
순간, 친구 놈 멀쭉~~
옆에서 보고 있다가 얼마나 웃었든지....^^

이 버스 차장들이 1980년대초부터 없어지기 시작, 지금은 없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든 언니들이었는데,
당시 버스 차장 폐지방침에 따라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으니 갈 데가 어디 있었겠는가.
당시 신문기사를 기억해보면,
이들 중 많은 수가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술집 같은 곳으로 갔다고 한다.
버스 차장으로 일할 때는 격무에 시달리면서
또 이른바 '삥땅'을 의심하는 회사로부터 몸수색을 당하는 수난까지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생활해나가던 이들이었는데,
당시 사회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이들을 그냥 내팽겨쳐 버렸다.
요샛말로, 이들을 두 번 죽인 것이다.

지금은 없어져 버렸지만,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은 지금도 남아 있다.

3.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 아주 꼬멩이 시절,
동네 가까운 곳에 미군부대가 있었다.
아마도 그곳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데
딱딱한 돌멩이처럼 생긴 고체우유가 있었다.
이거 하나 생기면 두고두고 앞이빨로 갉아 먹곤 했는데
쌈박질할 때는 짱돌로 돌변, 훌륭한 무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거 적당히 먹어야지
줄창 갉아 먹다가는 여지없이 설사.
추측컨데 미군들의 전투용 비상식량의 일종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없어져 버린 모양.

4.

옛날 극장안 풍경.

아래 어떤 글에 효준아우가 댓글에 써놓았듯이
영화시작 하기 전 항상 애국가.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
이때 자리에서 안일어나면 여기저기서 사납게 째려보는 눈초리들.
그리고 이어지는 대한 뉴우~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불라불라....
지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먹거리 파는 아가씨.
흰 줄로 된 양쪽 어깨띠로 사과궤작처럼 생긴 판매대를 앞에 메고서는
영화 시작하기 전 극장안을 돌아다니며
껌이나 사탕, 과자, 박카스 등을 팔았다.
이들도 지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

입석.
극장이 협소했던 관계로 좌석이 모두 매진되면 입석이란 걸 팔았다.
말 그대로 서서 영화를 보는 거다.
미성년자불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어떻게 <대부>를 보러갔었는데,
신파조로 얘기해서 입추의 여지없이 입석까지 만원사례.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화면의 1/3 정도만 간신히 볼 수 있었다.
담배.
옛날 극장에서는 흡연이 가능했었다.
이놈의 어른들이 영화를 보면서 너도 나도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바람에
눈물을 흘려가면서 화면 1/3만 겨우 볼 수 있었던 <대부>.
지금은 입석, 장내 흡연, 모두 없어졌다.

서울은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지방에는 여름/겨울방학 때 문화교실이란 게 있었다.
국민학교 다닐 때, 포항.
아침 9시 30분경 조조상영 시간을 이용,
학생들에게 싼 가격으로 "남과북" 같은 반공영화를 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것만 보고 그냥 나오겠는가.
문화교실 영화 끝난 다음 화장실로 가서 문 걸어 잠그고 그냥 줄창 기다린다.
그리고 본 영화 시작할 때쯤 슬그머니 나와서 공짜로 영화보기 시작.
물론, 걸리면 그냥 쫒겨나오고.
지금은 이런 시스템 없어졌겠지.

5.

지금은 여권 만들기가 많이 쉬워졌고 간소화되었지만,
옛날에는 여권을 신청한 다음 남산의 자유센터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1986년인가 1987년인가 처음 여권을 만들었을 때
나 역시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지금 생각나는 교육내용 중 일부는,
해외여행 중 북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여행객 한 명 한 명이 민간외교사절임을 잊지말고, 해외여행 중 추태를 부리지말자...
무지하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들.
그러니 모두들 꾸벅꾸벅 졸면서 교육 수강.
당시, 같이 교육받은 수강생들 중 졸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눈에 힘을 잔뜩 주고 계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음? 굉장히 낯익은 얼굴.
TV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회장으로 나오는 분이셨다.
지금은 이 교육이 없어졌다.

옛날에는 미국 뉴욕을 가려면 서울-뉴욕 논스톱이 없었다.
꼭 앵커리지를 경유해서 가야만 했다. 비행기 급유 때문.
앵커리지 공항에 도착하면,
승객들은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 1시간 30분? 또는 2시간 정도를 공항에서 기다렸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건 공항 대기실 한복판에 서 있던 커다란 백곰 박제.
한국인 승객 10명 중 7-8명은 꼭 이 백곰 박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논스톱으로 운행, 앵커리지 경유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고스톱 사랑은 장소와 시간을 초월한다.
가끔 외국 공항에서 보면, 탑승시간 기다리는 동안
공항 한쪽 귀퉁이에서 신문지 깔아놓고 고스톱 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종종 발견하고 했다.
게다가, 조용히 치치도 않아요.
그러게 똥을 먼저 먹으랬잖아!
아, 니기미... 또 쌌네!
지금은 이 모습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냥 완전히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비행기 안. 특히 뒷쪽.
이륙하기 전부터 벌써 술판이 벌어져 있다.
쐬주를 돌려가면서 병채 마시는거다.
그리고 스튜어디스가 지나가면 엉덩이를 탁~ 치면서,
"이봐, 아가씨, 안주 좀 없어...?"
스튜어디스, 울그락 불그락.
지금은 이런 모습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것 역시 완전히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흡연.
옛날에는 비행기 안에 흡연석이 별도로 있었다.
지금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전노선 금연을 실시,
기내 흡연은 완전 금지다.
아, 이건 나같은 흡연자들에게 고문이다.
단거리 비행은 조금 참으면 되니까 별 문제 없지만,
6시간 이상은 고역이다.
특히 기내에서 식사를 하고난 다음에는.
식후연초 볼로장생, 식후불연초 정력감퇴라고 했는데....
근데, 이런 상황에서도 꼭 튀는 인간들이 있다.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서 몰래 담배를 피려고 하는거다.
기내 화장실에는 흡연감지센서가 있어서
담배를 피는 순간,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들키지 않고 흡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데,
한국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불가능이란 없다... 이 신념으로 똘똘 뭉친 민족이 아니던가.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기내 화장실로 들어간다. 당연히 문을 잠근다.
양치할 때 쓰라고 비치된 종이컵을 집어든다.
그걸로 흡연감지센서를 막는다.
변기 물 내리는 스위치를 내린다.
담배를 붙인 다음 변기 안으로 연기를 뿜어낸다.
그러면, 연기는 변기 안으로 쫙~ 빨려들어가고
종이컵으로 막은 흡연감지센서는 작동을 안한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국민 만만세~
그러나...... 이 방법을 써도 경보음이 울리는 경우가 많다.
결론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맙시다.

by 8½이다 | 2005/10/10 10:22 | 주제는 없는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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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LSE at 2005/10/10 10:27
푸하하하ㅜ.ㅜ너무재밌네요~내용도 재밌고 글투(?)도 재밌으신..^^;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10/10 14:18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oculus at 2005/10/11 00:32
1. 그래서 언젠부터인가 건전가요도 앨범의 일부로 보고 상당히 신경을 쓴 경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이선희가 리메이크한 <아름다운 강산>도 건전가요 수록조로 실린 곡이지 싶네요. / 2. 맞아요. 시대가 바뀌면서 아무런 대책없이 실직하게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안전망을 만들어주고 연착륙을 시켜주면 좋을 텐데요.../ 4. 애국가 - 대한뉴스 - 지방뉴스 - 문화홍보영화 이렇게 네 편을 연이어 보았던 기억도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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