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착각 1.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멕시코 영화를 디븨디로 줄창 봤다. 영어자막조차 없는 애들이 많았는데, 그냥 에스빠뇰 대사를 들으면서, 그것도 빨리가기 없이 정배속으로. 아, 아, 여기서 두 가지 포인트: 내가 에스빠뇰은 물론 전혀 못합니다.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면 전부 믿지 못하겠지만, 빨리가기 없는 정배속 감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이더란 말이냐... 어느 순간부터, 에스빠뇰 대사가 전부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착각이겠지요, 그러나, 영화내용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사 순간적으로 에스빠뇰 해독 능력을 주신 건 아닌지.

착각 2.
나는 아직도 우리집에 VCR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조카애가 집에 와서 노는 걸 캠코더로 찍은 후 일반 VHS 테잎으로 복사하려고 찾아보니, 집안 어디에도 VCR이 없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좋지 못한 기억. 천 개가 넘었던, 그 많은 VHS 테잎들을 전부 없애버리면서, 내가 이제 이놈의 VHS 테잎과는 영원히 작별이다...를 되뇌이면서 VCR마저 같이 없애버렸던 것.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그 비싼 외화를 써가면서, 그리고 김포에서는 입국 때마다 세관에 걸릴까 조마조마 해가면서 중구장창 모았던 그 VHS 테잎들. 산천은 의구한데 VHS 테잎은 간 곳 없고, 그 자리에 디븨디만 널려 있으니... 아, 이 속쓰림.

착각 3.
한 시간 정도 러닝머쉰에서 걷는 게 - 뛰는 게 아니다 -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도 주위에서 운동해라, 운동해라, 압력을 넣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늘 아침 무지하게 일찍,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사우나에 갔다. 도착한 시간이 이른아침 6시쯤 되었을 게다.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그래서, 러닝머쉰 속도를 시속 6Km로 맞춰놓고 걸었다. 운동은 뭐 30분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나? 그래서 땀을 비질비질 흘리면서 정확히 45분을 걷고 또 걸었다. 러닝머쉰에서 내려오니 다리가 휘청~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뭐 이래, 발바닥에 온통 물집 투성이다. 러닝머쉰 바닥이 오톨오톨하게 생겼는데, 그 위를 맨발로 마구 걸었더니 이렇게 된 모양. 걸음도 제대로 못걷겠다. 회사까지 운전하고 오는데, 가속/브레이크 페달 밟는 데도 지장이 많다. 내 다시는 하나봐라....

by 8½이다 | 2005/09/20 15:01 | 주제는 없는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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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culus at 2005/09/21 00:41
오홋...영화가 재밌었나 보네요. 정배속으로 보시다니...(웃음). 근데 어떤 경지에 이르셨나 봐요. 이제 슬슬 다른 언어에 도전해 보심이 어떨까 싶네요...히히히. / 역시 뭘하든 필요 장비를 갖춰야 되나봐요. 말 나온 김에 조깅화+운동복 장만하시고 본격적으로 운동하셔도 좋을 듯 싶네요. 물론 쉽지 않으리라 예상됩니다만...^^.
Commented by Fidelity at 2005/09/21 09:20
착각 3. "... 페달 밟는 데도 지장이 많다. 다음엔 꼭 운동화 챙겨와야 겠다" 가 아니라. "내 다시는 하나봐라.." 라니요. 겨우 첫날 이시면서.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5/09/21 09:54
어제 이 러닝머쉰 사건을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얘기했다가 무지하게 핀잔을 먹고... 그냥 다시 골프를 시작할까 합니다. 잘 되려나,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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