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툼 레이더> vs. 캄보디아 시엠립

IMDb 자료를 보면, 조셉 콘래드의 소설 "로드 짐"(Lord Jim)은 지금까지 두 차례 영화화된 것으로 나온다. 빅터 플래밍 감독의 1925년도 무성영화가 처음이고,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1965년도 작품이 그 두 번째다.

1925년도 무성영화는 DVD로 출시된 적이 없기에 당연히(?) 본 적이 없어 그 내용을 모르겠고, 1965년도 영화는 2004년 미국에서 DVD로 출시된 적이 있다.

소설 "로드 짐"의 주요 무대는 "파투산(Patusan)"이라는 가상의 나라. Wikipedia에서 찾아 보았다. 콘래드는 파투산을 세계와 고립된, 그리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지나해 어느 지역에 위치한 나라로 묘사하고 있는데, 한 이론에 따르면, 평소 여행광이었던 콘래드가 직접 가 본적이 있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베라우가 그 모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보르네오 지역이지만 말레이시아에 속하는 사라왁이 그 모델이다... 아니다, 보르네오가 아니라 수마트라의 한 지역으로 봐야 된다 등등 의견이 분분. 대략 추측하기로, 지금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지역 어디쯤이 아닐까.

1965년도 영화 <로드 짐>에서도 "파투산"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피터 오툴이 주연을 맡아 열연한 영화 속 주인공은 핍박받는 원주민들에게 저항할 무기를 건네주기 위해 파투산을 찾아가는데, 영화에서는 이 파투산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가 아니라 캄보디아 앙코르 왓트 지역에서 촬영했다. 다음은 영화의 거의 끝 장면. 앙코르 왓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비록 캄보디아나 앙코르 왓트라는 지명이 직접 사용되지는 않고 파투산으로 묘사되었지만, 헐리웃 영화에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트가 등장한 것은 영화 <로드 짐>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수 십년이 흘러 2001년. 앙코르 왓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을 전면에 내세워 만들어진 영화가 등장했으니, 바로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2001). 참고로, 캄보디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 <킬링 필드>(1984)는 그 배경이 주로 프놈펜이고, 영화는 대부분 태국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툼 레이더>는 시엠립 지역의 지형 지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적절히 버무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 속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래 전에 보낸 편지를 받고 신비의 삼각형 조각을 찾아 제일 먼저 캄보디아로 떠난다. 캄보디아 도착 장면.
라라는 꽤 높은 지대의 어느 사원에 도착, 특수 망원경으로 적들의 동태를 살핀다.
앙코르 왓트로 유명한 시엠립 지역은 거의 평지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 거의 유일하게 높은 지역이 한 곳 있으니, 그곳이 바로 라라가 서 있는 이 곳, 쁘놈 빠켕이다.

쁘놈 빠켕은 일몰이 유명하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오후 5시 전후로는 이곳에 오르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 걸어서 올라가거나, 아니면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코끼리 타고 올라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성수기 때는 편도 U$ 20. 캄보디아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무지하게 비싼 편이다.
코끼리를 타고 올라갔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사람들이 걸어서 올라가는 길과 코끼리 통행로가 따로 되어 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코끼리 기사 아저씨들. 다른 도구를 전혀 쓰지 않고, 두 발만을 이용하여 코끼리를 운전한다. 코끼리 귀 뒷쪽에 발을 대고, 툭툭 치면서 우회전, 좌회전, 능수능란하게 운전하는데 얼마나 많이 발로 문질러댔는지 코끼리 귀 뒷쪽이 닳아 보일 정도였다.
코끼리를 타고 대략 15-2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이 바로 빠켕 산 정산에 세워진 쁘놈 빠켕. 인터넷이나 책자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시엠립 지역의 대부분 유적들이 그러하듯, 이곳도 복원 작업이 진행중이다.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여기저기서 기념촬영.
영화에서 라라가 그랬듯, 이곳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라 앙코르 왓트를 비롯 주변 지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일몰 장소로 유명해서 해가 질 무렵이면 발 디들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모두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일몰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는데...
소문만큼 그렇게 일몰 광경이 좋은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는.
쁘놈 빠켕에서 적들의 동태를 파악한 후 라라는 장소를 옮겨 한 오래 된 사원 안으로 들어선다. 몇 백년은 족히 된 듯 한 거대한 나무들의 뿌리가 사원 담장을 휘감고 있는 이 곳. 따 쁘롬이다.
역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따 쁘롬은 자연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처음 발굴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관광객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첫번째 사진은 클릭하면 큰 사이즈.
사원을 둘러 보다 자스민 꽃을 발견한 라라. 갑자기 땅이 푹 꺼지면서 그 밑으로 추락한다.
라라가 떨어진 곳은 적들이 입구를 무너뜨리고 침입한 바로 그 사원 안. 그러나 이곳은 실제 유적이 아니라, 영화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곳에서 한바탕 격전을 치룬 후 라라는 적들을 피해 밀림 속으로 도망간다. 그러다가 마주 친 폭포.
위 장면은 시간적, 공간적인 현실은 무시되고, 영화에서만 가능한 시퀀스. 시엠립 지역에 폭포가 있는 하다. 시간이 맞지 않아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시엠립에서 북동쪽으로 약 40km 정도 떨어진 쁘놈 꿀렌의 폭포가 그것이다. 라라가 도망친 곳은 쁘놈 빠켕 지역. 여기서 한동안 밀림 속으로 도망가다가 이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쁘놈 빠켕에서 쁘놈 꿀렌의 폭포까지는 뛰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차로 가도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아무리 날고 뛰는 라라라 할지라도 그건 불가능.

폭포 밑으로 몸을 던져 탈출에 성공한 라라. 영화는 장면이 바뀌고, 곧 이어 드러나는 웅장한 건물, 바로, 앙코르 왓트다.
앙코르 왓트에 주변에 강이 흐르고는 있지만, 위 장면에서처럼 배가 떠다니거나 주변에 수상마을이 있지는 않다. 역시 영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연출 장면이다. 사진은 실제 앙코르 왓트의 주변 모습. 클릭하면 큰 사이즈.
앙코르 왓트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유적지.
<툼 레이더>에서 캄보디아가 등장하는 장면은 여기까지다. 끝으로, <툼 레이더>를 촬영하는 동안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들렸다고 해서 유명해진 시엠립 시내의 레스토랑 바 Red Piano. 벽 한쪽에 <툼 레이더>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번 포스트는 영화 <툼 레이더>를 따라 시엠립 지역을 간단히 둘러보는 것이므로 여기서 마감.

by 8½이다 | 2010/03/06 20:20 | 영화를 봤는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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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롱고롱 at 2010/08/05 22:27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3학년입니다
제가 8월9일날 중국으로 역사캠프를 가는데요
여기에 너무 좋은 자료들이 많네요
복사를 할려고 했지만 안되서 아예 찍어서 정보문에 사용했습니다
열심히 쓰신 자료 가져가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만큼 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8½이다 at 2010/08/06 07:53
안녕하세요,
죄송하실 이유 전혀 없구요...^^ 중국 가서 많은 것 보고 배워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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