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 러시아 국경을 향해서 (6, 끝): 수흐바타르 <--> 알탄불락

수흐바타르는 훈제 물고기와 빵이 유명하단다. 울란바타르에서 함께 온 가이드는 반드시 이 두 가지를 사가지고 가야 한단다. 그래서, 시장으로 갔다.

이렇게 생긴 물고기들을....
이렇게 훈제로 만들어서 파는데,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도, 이 훈제 물고기 파는 곳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가이드, 훈제 물고기 몇 마리를 사자마자, "음, 이 맛이야~" 그러면서 그 중 한 놈을 손으로 뜯어 먹기 시작한다. 나도 좀 줘 봐라, 짜샤. 음... 나름 괜찮은 맛이다...^^

수흐바타르의 또 다른 특산품, 빵. 수흐바타르가 속해 있는 셀렝게 지역은 밀농사로 유명한 곡창지대인데, 밀이 많이 나는 곳이라 그런지 이곳 빵은 몽골에서도 알아준단다.
시장 한 켠의 잡화점.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
그런데... 저기 저 라면은? 한국의 도시락면!
몽골 시장에서 고기가 빠지면 안되겠지요.
수흐바타르에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또 다른 국경도시 알탄불락이 나온다. 수흐바타르와 러시아 국경도시 나우슈카가 기차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알탄불락과 러시아의 햐흐타는 주로 차량이나 도보로 넘나든다. 알탄불락으로 이동.
수흐바타르와 알탄불락은 25Km 정도 떨어져 있다. 알탄불락 입구.
알탄불락은 "금으로 된 샘물"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수흐바타르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후 최초로 세운 몽골 국회의사당이 있다.
지금은 알탄불락의 관공서 건물로 사용중인데, 이 몽골 최초의 국회의사당 앞에는 수흐바타르 군대의 독립군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시웨햑크트(알탄불락의 옛이름)를 되찾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등불이 아니라 총... 이라는 내용의 노래라는데, 가이드의 한국말 설명이 영~ 신통치 않아서, 나도 자신없다...^^;;
울탄불락의 모습도 수흐바타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도시 모두 러시아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는 찾아 보기 힘들고, 건물 양식이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이다. 사진 뒷쪽에 전형적인 러시아 건축양식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러시아 땅이다.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철책 앞에 섰다. 이런... 너무 초라하다. 이게 진짜 국경 철책이란 말인가.
그래도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국경지대이므로 함부러 넘나들지 말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으니.
현지 가이드가 카메라 치우라고 급히 신호를 보낸다. 이곳은 사진 촬영 금지 지역이란다. 봉구 차 뒤에 몰래 숨어서 셔터 몇 번 더 누른 후 이동.

알탄불락을 빠져 나오는데, 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2차세계대전 승전기념비란다. 알탄불락 주민들이 소련군과 함께 독일군에 맞서 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소련에서 세워준 것이라고.
알탄불락에서 울란바타르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수흐바타르 쪽으로 차를 돌린 건 한 가지 이유 때문. 두 도시 중간쯤 허허벌판에 칭기스칸과 관련된 비(碑)가 하나 세워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칭기스칸, 칭기스칸이란다. 내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겠나.

눈 덮힌 허허벌판. 아무런 이정표도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현지 가이드가 갑자기 벌판 한 곳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길도 없다. 그런데 가면 된단다.
이곳에서 현지 가이드 얘기를 듣지 않으면 누구 얘길 듣나. 차를 몰아 벌판 속으로 달려 갔다. 방향도 없이 앞만 보고 얼마를 달려 갔을까, 저 멀리 눈 덮힌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물체 하나가 시야에 들아온다.
아, 칭기스칸! 여기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옛날 1162년경 몽골 북쪽의 어능강 유역 델룽벌득이란 곳에서 예수게이와 호엘룬 사이에서 테무진이 태어난다. 테무진의 어머니 호엘룬은 예수게이가 메르키트족에게서 빼앗아 온 여자였는데, 메르키트족은 이 때 일을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갈다가... 테무진이 후에 부르테와 결혼하자 테무진 일족을 공격, 그의 아내 부르테를 빼앗아 간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기는 처참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던 테무진. 아버지 예수게이와 의형제 사이였던 케레이트족의 왕 토그릴을 찾아가 군사를 빌린다. 동시에 친구 자무카에게도 병력을 제공받아 메르키트족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데, 그 장소가 바로 이 곳, 이 벌판이었다.

메르키트족과의 싸움은 테무진의 대승리로 끝난다. 메르키트족을 철저하게 응징한 후 아내 부르테를 되찾은 테무진은 이곳에서 부하들과 하룻 밤을 보내면서 승리를 자축한다. 그리고 이 비를 세웠다고 한다. 클릭하면 큰 사이즈.
옛 몽골어로 비에 새겨져 있는 문구는 대강 이런 뜻이라고: "찾을 걸 찾았으니 여기서 돌아가자"고 몽골의 왕이 말했다.

아무런 표식 없이 비 하나 홀로 벌판에 세워져 있는 이 역사의 현장에 누가 다녀 갔을까. 주변에 보드카 빈 병 두 개. 약간은 씁쓸한 기분에, 그리고 날도 무지하게 춥겠다... 이런 저런 이유 붙이면서, 나 역시 가이드가 들고 있던 보드카 한 모금 마시고 이곳을 떠난다.

by 8½이다 | 2007/08/05 14:08 | 여행을 갔는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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