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 러시아 국경을 향해서 (5): 수흐바타르

수흐바타르는 몽골 독립의 아버지, 혁명의 아버지다. 그를 기리기 위해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수흐바타르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지금 도착한 국경 도시 수흐바타르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생긴 도시.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한 때 중원을 지배하기도 했으나,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다시 북쪽 초원지대로 쫒겨간다. 이곳에서 북원제국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그 명백을 이어갔으나, 17세기경에 이르면 이마저도 끊겨 버린다. 청나라와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이후 호시탐탐 독립의 기회를 엿보던 몽골은 1911년 중국에서 신해혁명이 일어나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설립되자 그 틈을 노려 독립선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독립선언은 그 생명이 길지 못했다. 몽골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화민국이 몽골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군대를 파견하여 몽골을 다시 그 지배 하에 두었기 때문. 그 결과, 1919년 몽골은 다시 중국에 통합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떨쳐 일어난 인물이 바로 수흐바타르였다. 수흐바타르는 몽골인민혁명당을 이끌며 민족해방운동을 전개, 소련과 레닌의 지원에 힘입어 1921년 수도 우르가를 점령함으로써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다.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몽골은 1921년부터 임시정부가 일종의 꼭두각시로 내세운 보그드 칸의 군주시대를 거쳐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으로 소련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공산주의국가로 태어난다. 참고로, 소련에 의해서 독살되었다, 병으로 죽었다 등등 그 사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몽골의 젊은 혁명영웅 수흐바타르는 몽골인민공화국이 들어서기 일 년 전인 1923년 그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각설하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수흐바타르는 인구 2만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라고 하는데... 도시라기보다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그냥 읍(邑) 정도의 규모가 아닐까.

주변을 한번 둘러볼까요. 아직도 주요 운송수단으로 우마차가 사용된다.
그리고, 지명이 수흐바타르의 이름에서 유래한만큼, 이곳의 중심 광장에는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뒷편에 보이는 건물은 문화회관.
이곳에서 가장 크고 멋진 현대식 건물. 병원이라고.
울란바타르에서 같이 온 우리 붙박이 가이드 왈, 국경 쪽 구경을 하려면 국경관리소에서 통행증이라는 것도 발급받아야 하고, 현지 협조를 구해야 할 것들이 여러가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단다. 그래서, 우리 돈 만 원 주기로 하고, 현지 가이드 고용.

나이가 50 정도 되어 보이는 현지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국경관리소로 향했다. 우리에게 다시 한국 돈 만 원 정도를 달라고 하더니, "기.달.료.요" 하고 한국말을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다 돌아왔다고.

흰색 봉고차가 우리 차, 그리고 왼쪽 건물이 국경관리소. 이 건물 사진 찍지 말라고 가이드가 신신당부한다. 사진 찍다 걸리면 여권 압수당하고 추방 당한다고. 그래서 멀리, 멀리 가서 슬쩍 찍었다...^^;
잠시 후, 현지 가이드 아저씨, 국경 통행증을 받아서 나온다. 무지 간단하게 생겼다. 그냥 이렇게 생긴 종이 쪽지.
Anyway, let's go... 하자마자, 울란바타르 가이드가 토를 단다: 형, 추운 산에 가는데 보드카를 사가지고 가야죠!

켁... 그래, 알아서 해라. 마을 상점. 가이드가 안으로 들어가서 보드카랑 이것 저것 사는 동안, 나는 귀찮아서 그냥 차 안에 앉아 사진만 찰칵.
차가 눈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황량한 벌판. 이곳에서 수흐바타르의 혁명군이 중국군과 전투를 벌여, 승리로 이끈 곳이란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의 전투가 당시 중국군을 몽골에서 물러나도록 만든, 가장 결정적인 전투였다고.
국경검문소에 도착. 역시나, 닫혀 있군요.
우측 경비초소로 올라가는 현지 가이드 아저씨.
왼편은 몽골과 러시아의 우정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 그리고 오른쪽의 계단을 통해 산 위로 올라가면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지대가 나온다.
생각보다 난코스. 바람 쌩쌩 불면서 눈보라 휘날리고...
눈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 아, 이거 장난 아닙니다.
거친 숨 몰아쉬며 도착한 새흐니 후툴 산 정상. 몽골어로 새흐니 후툴은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고. 저 아래 경비초소가 보인다.
산 정상의 어워. 그 뒷편이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지대다.
오, 굿! 눈에 뒤덥혀 흰색으로 구비구비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있는 몽골과 러시아 사이의 저 강을 건너면 바로 러시아 땅. 클릭하면 큰 사이즈.
주변을 한번 둘러 봅시다. 클릭하면 모두 큰 사이즈.
2007년 2월 12일, 몽골 수흐바타르의 새흐니 후툴 산 정상에서 러시아쪽을 바라본 몽골-러시아 국경지대였습니다.

by 8½이다 | 2007/08/05 11:53 | 여행을 갔는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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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idelity at 2007/08/06 14:36
타들어가는 요즘에 하얀 눈풍경이라니 시원한게 즐겁습니다만.
가끔은 이 활량한 땅 어디에 무슨 매력이 숨어있길래 영수님을 이토록 끌어당기나 그런 궁금증이 듭니다.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7/08/08 15:32
황량한 풍경을 보다 보면, 머리마저도 황량하게 다 비워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합니다. 좋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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