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 또는 나이가 든다는 것

어렸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뜨거운 찌게나 국을 먹으면서, 아- 시원하다.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서, 아- 좋다. 그러면서, 어허-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흥얼.

이렇게 되면 나이가 든 증거라고.
이 기준에 의하면, 나는 나이가 든 게 분명. 그러나 이걸 인정하면서도 또 다른 기준을 만들어냈다.
언젠가 작성한 컴퓨터 다이어리에 이런 내용이 있다.

* 아까 했던 얘기, 몇 분 지나면 잊어버리고서 다시 한다. 나는 모르겠는데, 남들이 그렇다고 얘기한다.

* 옛날에는 말이야... 자꾸 과거지향적인 발언이 많아진다.

* 서있기보다, 앉아있기보다, 눕는 게 더 좋다. 그리고 그 횟수도 더 많아진다.

* 이것도 귀찮고, 저것도 귀찮고... 귀찮은 게 많아진다.

* 기억력이 감퇴한다. 한 달 전 일은 무슨... 어제 일도 가끔 가물가물거린다.

* 술 끊고, 담배 끊으라고 하면... 별 거지 깽깽이 같은 얘기를, 그러면서 넘어갔는데, 음? 한번쯤 생각해 본다.

* 꼴보기 싫은 사람 또는 광경을 봐도, 그냥 잘 넘어간다.

* 작은 글자들이 안보여서, 안경 벗고 보기 시작한다.

* 머리 빠지는 것에 관심이 많아진다.

* 남들을 의식한다.

* 식사할 때면 꼭 신문 찾는다.

* 글자로만 채워진 책보다는, 사진이나 삽화가 많은 책을 선호한다.

* 그건 말이야... 자꾸 아는 척 하려는 자신을 보게 된다.

* 사우나가 좋아진다. 몸이 노곤하다 싶으면, 사우나 생각이 절로 난다.

* 외국 출장 가서 룸 서비스 시켜먹는 횟수가 많아진다.

* 말을 버벅거린다.

* 지름신이 없다. 그냥 사고 싶으면 사고, 안사고 싶으면 안산다.

* 짜꾸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전쟁 났는데, 안경 깨지면 어떡하나.. 등등.

* 큰 차를 선호한다. 물론, 버스 말고 자가용.

* 에이, 이런 건 안해도 되는데... 그러면서 명절 때 선물을 꼭 챙긴다.

* 젊은 오빠는 무슨! 그냥 오빠라고 해! 그러면서 화를 낸다.

* 정장을 입는 횟수가 늘어난다.

* 기름기 많은 음식을 점점 멀리한다.

* 회의 때 남들 얘기 듣는 것보다 내가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 아들 딸 모두 결혼시킬 때까지는 현직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강박관념이 생긴다.

* 싫은 얘기는 듣기 싫어 하고, 좋은 얘기는 아주 듣기 좋아한다.

* 잘 삐친다. 그리고 한번 삐치면 오래 간다.

* 가는 귀가 먹는다. 내 목소리가 나도 잘 안들린다. 전화 통화할 때 큰 소리로 한다.

* 아침 잠이 없어진다. 새벽에 잠 들어도 아침 일찍 꼭 잠에서 깬다.

* 좋은 만년필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 시킨다. 내가 직접하기보다, 남에게 시킨다.


당시 주변에 나이드신 분들을 보면서 적어놓은 기준인 듯 한데, 지금의 나는 이 중에 몇 개나 해당될까나...

by 8½이다 | 2007/03/05 12:20 | 주제는 없는데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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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파란점의 숨겨진 창고 at 2007/03/12 18:42

제목 : 나이를 먹는다는 것, 또는 나이가 든다는 것
곤드레 형 블로그 글인데 공감이 가서 퍼왔다. 퍼 온김에 나는 얼마나 해당하는지 함 봐봐야지.. ㅋㅋ ------------------------------------------- 나이를 먹는다는 것, 또는 나이가 든다는 것 어렸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뜨거운 찌게나 국을 먹으면서, 아- 시원하다.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서, 아- 좋다. 그러면서, 어허-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흥얼.이렇게 되면 나이가 든 증거라고.......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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