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 퐁데자르 (Pont des Arts)

프랑스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인 장 르누아르는 붓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영화 <위대한 환상 (La Grande Illusion / Grand Illusion, 1937)>, <야수 인간 (La Bete Humaine / The Human Beast, 1938)>, <게임의 법칙 (La Regle du Jeu / The Rules of the Game, 1939)>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리얼리즘을 완성,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으로 손꼽힌다.

비교적 초기작이고 우리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장 르누아르의 작품 중 <익사 직전에 구조된 부뒤 (Boudu sauvé des eaux / Boudu Saved from Drowning, 1932)>가 있다. 거리의 부랑자 부뒤를 다룬 코미디 영화인데, 이 영화 도입부에 부뒤가 자살하기 위해 어떤 다리에서 센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우연히 이 광경을 한 서적상이 망원경을 통해 목격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렇게 다리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부뒤를 구하기 위해 센 강에 뛰어든 서적상과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구경꾼들. 다리 위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영화에서 부뒤가 센 강으로 뛰어내린 이 다리가 바로 퐁데자르 (Pont des Arts), 우리 말로 하면 예술의 다리이다. 클릭하면 큰 사이즈.
프랑스의 음유시인 죠르쥬 브라상스가 "예술의 다리에서 우연히 바람, 심술궂은 바람을 만나면 조심해, 속치마를 조심해" 하고 노래하기도 했던 예술의 다리. 이 다리의 기원은 파리에 철교(鐵橋)를 건설하고 싶어했던 1804년 나폴레옹 1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는 프랑스 상류층의 산책길로 만들어진 보행자 전용다리였는데, 처음 개통했을 당시에는 1페니씩 받고 통행을 허락했던 유료 다리였다고.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라는 이름은 이 다리가 연결하고 있는 루브르 궁전의 제1제정 시대 때 옛 이름, 예술의 궁전(Palais des Arts)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공학기술자, Louis-Alexandre de Cessart와 Jacques Lacroix-Dillon에 의해서 만들어진 예술의 다리는 철 구조물 위에 나무로 된 상판을 얹은 형태였는데,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면서 많은 파리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제2정시대 때 개보수되기는 했지만 그 구조 자체가 여전히 너무 가볍고 9개의 아치는 센 강 수로 교통을 방해하는 등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게다가 센 강을 지나는 바지선들이 여러 차례 다리와 충돌하면서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되어 1970년에는 폐쇄되기에 이른다. 그 후 10년 뒤 다리 재건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으나,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루브르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리 재건 반대 탄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예술의 다리는 1985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예술의 다리는 철 구조물의 재료를 주철이 아니라 강철을 사용, 그 강도를 높혔으며 9개의 아치 대신 7개의 아치를 채택하여 원활한 수로 교통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처음의 모습 그대로 상판은 여전히 나무를 이용했고, 그 결과, 예술의 다리는 지금도 센 강의 32개 다리들 중 유일한 보행자 전용 나무다리로 남아 있다. 참고로 전체 길이는 156m, 폭은 9.8m.

나무로 된 예술의 다리 상판 위 한 가운데에는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센 강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이 다리 위에서 예술가들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다리에서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벌어진 작은 해프닝 하나. 파리 시민들이 애완견 많이 기르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따라서 개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모습. 여기서, 저 건너편에서 걸어오고 계시는 파란 코트의 할머니를 주목하시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파란 코트의 할머니는 갑자기 웃음을 떠뜨리고, 애완견을 끌고가던 아주머니는 주춤 하면서 뒤돌아보고. 그리고... 자전거를 세운 채 벤치에 발을 올려놓고 이쪽을 멍 하니 바라보는 저 젊은 친구.
다리 위에서 강쪽의 제방을 내려다 보자. 센 강의 다리들은 대부분 계단을 이용, 강 제방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햇볕 따사로운 날이면 그 제방에서 여유롭게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도 내려가 본다.
이곳에서 시테 섬이 보이는 저곳, 그리고 또 다른 다리. 바로 우리에게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 The Lovers on the Bridge, 1991)>로 더 유명해진 퐁네프의 다리다.
이 포스트 처음에 소개한 장 르누아르의 아버지이자 프랑스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1872년작 "퐁네프"를 소개하면서, 다음 포스트는 자연스럽게 퐁네프 다리.

by 8½이다 | 2007/02/18 14:01 | 여행을 갔는데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latino.egloos.com/tb/311669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Fidelity at 2007/02/20 14:23
강아지가 짖으려고 하는 걸 한발 빨리 할머니가 먼저 짖어 버린 거에요. 그래서 놀란 아주머니가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는 거 아닐까요. 할머니는 뭔가 통쾌해 하는 표정.

아 등깔고 일광욕 하는 저 젊은이랑 빙의되고 싶어요! 이런 사연이 있다는 걸 알고 건넜더라면 훨씬 의미있는 다리로 남았을까요. 있을 때는 그렇게 모르겠더니 '한번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은 도시'라 불리는 거 알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퐁네프 다리 기대됩니다. ^^
Commented by 8½이다 at 2007/02/21 02:15
하하하... 정인 님의 추리력...^^ 사실은, 가만가만 잘 걸어가고 있던 강아지가 갑자기 쉬가 마려운지 엉거주춤 하니까, 주인 아주머니가 놀라고 그걸 본 할머니가 ㅋㅋㅋ.

사실, 정인 님도 경험하셨겠지만, 막상 가서 보면 뭐 그렇고 그렇군... 그런 느낌이 많은 드는데, 이상한 것이 나중에 이렇게 사진으로 보거나 아니면 눈 감고 조용히 하나 하나 그 모습들을 떠 올려 보면, 한번 더 가보고 싶군,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예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