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 천단(天壇): 원구단(圓丘壇)

원구단(圓丘壇)은 천단의 남문을 통해 들어갈 때 첫번째 마주치게 되는 제단으로, 황제가 제천의식을 거행하던 곳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황제가 일 년에 세 번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가뭄 들지 말고 일년 농사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봄 제사, 장마 때문에 농사 망치지 말게 해달라고 빌었던 여름 제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년간 하늘의 도우심에 감사하고 다음 해 농사도 잘 부탁드린다면서 지냈던 겨울 제사가 바로 이 세 차례 제사다.

농경사회에서 농사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그리고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후. 심한 가뭄이 들거나 또는 홍수가 나서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되면 농민들은 하늘을 탓하기에 앞서 그 왕(王)을 탓했다. 왕의 덕이 부족하여 하늘이 노했고 그 때문에 흉년이 들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농사를 망치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민심이 좋을리 없다. 특히 스스로를 하늘의 아들, 즉 천자(天子)라고 칭했던 중국의 황제 입장에서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것은 황제의 큰 책무 중 하나였고, 그렇게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 바로 천단이었다.

하늘에 드리는 제사는, 바로 이 원구단에서 황제가 밤에 원구단에 올라서서 섶을 태워 하늘로 연기를 올려보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구단 입구. (업로드된 사진들의 느낌이 약간씩 다른 것은 미놀타와 후지,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했기 때문)
중국인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믿는다는 얘기를 지난 포스트에서 한 적 있다. 원구단의 벽은 외벽과 내벽,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외벽은 네모난 반면, 내벽은 둥글게 생겼다. 아래 사진에서 기둥 패루가 서 있는 곳 뒷쪽의 벽이 외벽, 그리고 오른쪽의 둥근 벽이 내벽이다. 원구단은 그 원형 내벽 안에 있다. 네모난 외벽을 지나 원형의 내벽 쪽으로 가는 것은, 곧 땅을 지나 이제 하늘로 다가선다는 의미가 된다.
입구를 지나면 외벽과 내벽 사이의 공간 우측에 녹색 벽돌로 만든 큰 화덕이 있는데, 제천의식이 시작되기 전 제물로 바칠 송아지를 이 화덕 위에 올려놓고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워 신을 맞는 의식을 치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제천의식이 끝난 후에는 제물로 바쳤던 송아지를 비롯 각종 제천물들을 이곳에서 소각했으며 황제는 그 광경을 지켜 보았다고.
그리고 그 앞, 철로 된 쇠화로들. 원구단 동쪽에 있는 이 쇠화로는 해와 달에게 바치는 제물을 태울 때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제,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의 내벽 안에 자리잡고 있는 원구단의 모습입니다. 참고로, 흰 대리석으로 축조된 출입구는 모두 네 방향, 네 개인데 각 출입구의 문은 언제나 세 개. 역시 사람 별로 없을 때 찍으려고 무지 기다렸던 기억. 클릭하면 큰 사이즈.
안으로 들어가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또 다른 출입구와 확연하게 드러나는 원형의 내벽.
그리고 원구단. 하늘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흰 대리석의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하늘은 둥글기 때문에 원구단의 전체적인 구조도 역시 원형. 모두 3층으로 되어 있는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하늘과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한다. 클릭하면 큰 사이즈.
각 층의 둥근 외벽 장식물들. 용(龍), 황제의 상징.
원구단의 최상층 제단 중앙에는 역시 둥근 모양의 천심석(天心石)이 놓여 있는데, 여기 서서 소리를 지르면 그 즉시 메아리가 되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간다고 한다. 황제가 제문을 읽을 때 그 소리가 하늘에 전달되라고 고안한 장치라고. 아쉽게도 직접 실험은 못해봤다. 그 많은 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그 위에 올라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바람에. 모두가 황제가 되어 보고 싶다는 거지요...
위 사진에서 천심석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닥의 부채꼴 모양 돌들이 보이시나요? 이 돌들의 배치가 아주 체계적입니다. 즉, 처음 1단은 돌의 숫자가 9개, 그 다음 2단은 18개, 3단은 27개.. 이런 식으로 9의 배수를 이용하여 모두 9단까지 돌들을 배치했는데, 이는 9가 황제의 숫자이기 때문. 황제가 머무는 곳을 흔히 구중천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구중천의 구는 9. 즉, 황제의 숫자.

원구단이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각 층을 오르는 계단은 몇 개?
그렇지요, 역시 아홉 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구단의 이러한 배치가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뿐. 즉, 원구단은 황제만이 오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비록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해 있지만.

원구단 뒷쪽으로 돌아들면 건물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다음 포스트에서 둘러 볼 황궁우(皇穹宇).

by 8½이다 | 2006/12/05 17:27 | 여행을 갔는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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