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18일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새글쓰기 버튼을 딱 누르는 순간, 느낌이 왔다. 글이 무지하게 안써질 것 같다는 느낌이. 그런데도 오기로 그냥 몇 글자 토닥거린다. 아주 심한 스포일러는 나름대로 피해갈려고 노력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책임질 수는 없음.<폭력의 역사>,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다들 무지하게 잘 하더군. 끝.
<폭력의 역사>, 이 영화에서 "의도된" 모순을 본다. 제목에 들어간 "역사(History)"와도 관련이 있다. 영화의 배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미국의 어느 소도시이건만, 동시에 저 아득한 원시시대의 모습도 그 이면에 보인다. 이것이 오늘의 주제. 이 무슨, 우유에 밥 말아 먹는 소리냐 할 것 같으면...
지금까지 배워서, 들어서 알고 있는 태고적 원시시대를 함 생각해 보자. 거기는 먹느냐 먹히느냐, 양육강식의 세상이라고 그랬다. 힘 없는 놈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살아남기 위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이라고 그랬다. 힘으로 남의 걸 빼앗고, 힘 없으면 빼앗기고, 그런 게 원시시대 삶의 모습이라고 그랬다.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죽는다. 도덕적인 개념은 여기에 아직 없다. 본능만이 존재한다.
내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서 생각해 볼 때, 이 원시시대에서 행복이란 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틈 날 때마다 응응응 하고, 다른 놈들한테 얻어 터지지 않고 평안하게 사는 것이었을 듯. 지금도 뭐 다를 바 없지만.
<폭력의 역사>에서는 지금 얘기한 원시시대 행복의 개념, 삶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영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진 살인 현장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아.무.렇.지.도.않.게. 사람들을 그냥 죽였을 뿐이다. 범인들의 눈에서 양심의 가책 같은 건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놈들이 왜 주인공이 사는 곳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인공의 식당에 들어와서 깽판을 치며 여종업원을 위협하는 걸 보는 순간, 무지하게 순한 모습의 주인공, 갑자기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로 돌변하면서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 때 어, 어, 하면 안된다.
한 놈 얼굴에 뜨거운 커피를 확~
그 순간 범인 1, 으아악!
우리의 주인공,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놈의 손에서 떨어진 권총을 잽싸게 낚아채서는 탕~! 탕~! 탕~!
어, 어 하지 말라고 그랬지요. 정말로 어, 어, 하는 순간에 범인 두 놈 깨끗하게 골로 간다.
다른 놈들한테 얻어 터지지 않고 평안하게 살려고 하는데 방해 받았다 이거지.
이 일로 인하여 주인공 비고 모텐슨은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사진도 실리고, 갑자기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이 때부터 행복 끝, 꼬이기 시작이다. 지난 20여년간 숨겨왔던 과거의 비밀이 타의에 의해 하나 둘 드러나면서 비고 모텐슨은 자신이, 그리고 가족이 위협받는다 느껴지면 죽.인.다. 아주 깨끗하게, 잘~ 죽인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다른 놈들한테 얻어 터지지 않고 평안하게 살려고 하는데 방해 받았다 이거지. 내면에 감추어졌던 원시적 본능적 폭력의 발산이라고나 할까.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죽여야 하는 원시시대의 무력과 다를 바 없다. 감독은 영화에서 모텐슨의 아들을 통해 이 비슷한, 아니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주제를 따블로 부각시킨다.
다음, 섹스. 달라진 남편의 모습에 그리고 자신도 모르고 지냈던 남편의 과거사가 하나 둘 드러나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아내 마리아 벨로. 병원에서 홀로 퇴원, 집으로 돌아온 모텐슨이 주춤거리며 도망치려는 벨로를 붙잡으며 계단에서 나누는 격정적인 (예스, 격정적인!) 섹스신을 보면 그대로 원시의 모습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 집을 떠난 모텐슨을 두고,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 총싸움을 끝낸 모텐슨, 이 때 집으로 돌아온다. 상당히 어색하고 쌩뚱맞은 분위기. 그러나 이 순간, 아빠를 발견한 어린 딸이 접시와 포크, 나이프를 가져온다. 그리고 아들은 모텐슨에게 음식을 건넨다. 아내 벨로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그냥 나즈막히 흐느끼고만 있다. 가족은 남편을, 아빠를 다시 받아들이는가. 엔딩 샷을 가족의 저녁식사 장면으로 잡은 감독의 의도가 참 돋보이는 대목이다. 왜? 앞서 얘기한 오늘의 뽀인트를 놓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 짐작이 가능하므로 노 코멘트.
처음 생각했던대로, 역시나 글이 탄력을 안받아요.... 쓰는 김에 <콘스탄트 가드너>도 같이 쓸려고 했건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안한 것 같은데, 미국 출시 디븨디로 보다. 5점 만점에 4.5 그리고 추천.
# by | 2006/05/18 17:45 | 영화를 봤는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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